상품 상세 정보
상품명 La cxevalsalto
제조사 88쪽
원산지 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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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코드 P00000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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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고의 티토 대통령의 전기

티토, 그는 왜 죽어서도 위대한 지도자인가?
지난날 냉전시대의 ‘반공’ 교육에서는 ‘좋은 편’과 ‘나쁜 편’의 구분이 너무나 뚜렷했다. 그런데 도무지 그 정체가 모호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1953년부터 1980년까지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었던 요시프 브로즈 티토(Josip Broz Tito). 철저한 공산주의자였다는 점에선 분명히 ‘나쁜 편’에 속해야 했지만, ‘적의 적은 친구’라는 공식으로 본다면 소련에 저항하고 독자 노선을 걸었던 그는 ‘좋은 편’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마 반대 진영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가 죽은 지 10여년이 지난 뒤 세계인들은 뉴스를 보며 새삼 그가 얼마나 ‘위대한’ 정치가였는지 절실히 깨닫게 됐다. 옛 유고 땅에서 30만명이 살육당한 참혹한 전화(戰禍)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동구권에서 ‘가장 안정되고 잘사는 나라’였던 그 나라의 지도자를 다시 생각케 하기에 충분했다. 유고는 조각조각 갈라졌다. 6개의 공화국, 5개의 민족, 4개의 언어, 3개의 종교, 2개의 알파벳…. 베오그라드에서는 이런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티토 때는 빵을 사기 위해 다섯 시간씩 줄을 서 있지 않아도 됐어!”

그 복잡한 발칸반도를 하나로 묶었고, 미·소 냉전의 구도 속에서도 ‘비동맹권’을 이끌었던 티토는 1892년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변경 지대의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15남매 중 아홉 번째로 태어났다. 13세에 초등학교를 마친 것이 학력의 전부였다. 철공소에서 막노동꾼으로 전전하다가 1차대전 중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군대에 입대해 포로가 됐고, 이후 유고로 돌아가 공산주의자로 거듭난다.

이후 모스크바에서 코민테른의 간부가 돼 스탈린의 대숙청과 러시아 공산당의 횡포를 목격하고, 2차대전이 일어나자 파르티잔을 이끌고 나치 독일에 맞서 싸웠다. 저 유명한 수톄스카 강 전투는 훗날 리처드 버튼이 티토 역을 맡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전후, 그의 역할은 통일 유고의 지도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40여년의 냉전 동안 그는 ‘제3세계’라는 중립지대를 만들어 세계평화의 완충지대를 만들었고, 식민주의의 마지막 숨줄을 끊는 데 앞장섰다. 88세로 생을 마쳤을 때 그가 두 아들에게 남긴 유품은 헌 양복 한 벌뿐이었다.

‘좌파’와는 거리가 먼 영국 전기작가인 저자는 간결하면서도 힘찬 문체를 통해 자신의 주관과 의지에 등돌리지 않고 20세기를 당당히 살아갔던 경이로운 인물에 대해 흡인력 있게 서술한다. 진정 위대한 지도자는 역사에 쉽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조선일보 책마을 유석재 기자 (2003년 12월 27일 토요일